우리의 물음은 이곳을 찾은 이들이 스스로를 마주하고, 자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응답하는 공간을 구상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언제나 수많은 관계와 흐름 속에서 자신을 지속해 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본연의 나에 대한 갈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나를 마주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그것이 사회적 관계나 역할, 타인의 시선 등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가장 근원적인 ‘나’로 되돌아가는 일시적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을 둘러싼 외부의 모든 것으로부터 잠시 물러날 수 있는 특정한 환경 안에서 가능해질 수 있으며, 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성격의 비일상적 장면들이 전환을 거듭하여, 긴장과 이완, 응축과 확산이 교차하는 감각의 여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흐름을 꿰어내고자 했다.
마을 특성과 드러내기
대지는 헤이리 예술마을의 중심부에서 다소 떨어진 ‘평온마을’에 위치한다. 이곳은 마을에 마지막으로 남은 주거 전용지로, 북적이고 활기찬 중심부와는 뚜렷이 결을 달리하는 정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이러한 대비는 건축물의 표정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20여 년 전 수립된 헤이리 예술마을의 건축 지침은 ‘패치(patch)’라 불리는 건축 가능 범위를 설정해, 구역별 용도 및 대지의 물리적 환경에 따라 범위의 형식을 달리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중심부 근린생활용지 내 건물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를 지닌 반면, 주거 전용지 건물들은 대체로 절제된 박스형 볼륨으로 구성되었다. 이후 몇 차례 개정으로 제한은 다소 완화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존 마을의 흐름에 조응하는 형태 언어를 존중하며, 그 안에서 이 여정만의 고유한 색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고자 했다.
비일상적 경험의 여정
진입로에서 바라보는 건물은 주변 건물과 비슷한 형태적 결을 유지하면서도, 창이 최소화되어 흰색 타일로 덮여 있는, 밝으면서 폐쇄적인, 친근하면서도 이질적인 이중적 인상을 남긴다. 이 낯선 감각은 도로 모퉁이의 좁은 진입 통로를 지나 내부로 이어지며 더욱 증폭된다. 그러나 곧, 조여들던 감각은 건물 후면의 숲을 향해 넓게 열리는 공용공간에 이르며 급격하게 이완된다. 공간은 온전히 숲을 향해 확장되고, 앞에서의 긴장과는 반대되는 낯선 개방감을 맞이하게 된다.
여정은 계속된다. 공용공간을 지나 개인 공간에 이르기 위해 하나의 관문처럼 놓인 높은 문을 열면, 거친 벽면으로 둘러싸인 좁고 높은 통로가 펼쳐진다. 통로는 사방으로 뻗어있고, 그 끝은 각기 다른 성격의 빛을 머금고 있다. 감각은 조용히 밀려나고, 시공간의 흐름은 희미해진 채, 마치 진공 속에 홀로 선 듯한 고요한 몰입에 닿는다.
그리고 마침내, 여정의 끝에서 마지막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창이 정면의 숲을 가득 안은 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긴장과 이완의 여정 끝에 도달한, 오직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내면의 고요다. 그 안에서, 조용히 나를 마주한다.
in collaboration with ObyA (Order by Attitude)
위 치: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용 도: 단독주택 (게스트하우스)
대지면적: 391.8㎡
건축면적: 134.4㎡
연 면 적: 229.72㎡
규 모: 지상 2층
구조설계: (주)미래에스디지
기계설계: (주)지엠엔지니어링
전기설계: (주)지엠엔지니어링
시공: (주)지음재건설
설계기간: 2024.04.-2024.08.
시공기간: 2024.10.-2025.07.
사 진: 노경